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저수지’가 한국 전력망에 본격 도입된다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저수지’가 한국 전력망에 본격 도입된다
한국은 이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배터리 저수지’를 본격적으로 도입합니다. 정부는 전국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며, 향후 수십 조 원 규모의 새 시장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이는 K-배터리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험난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ESS,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댐처럼 쌓아두는 시스템

ESS는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방출하는 거대한 배터리 시스템입니다. 이는 댐이 물을 저장하는 것처럼, 전기를 모아두고 부족할 때 공급하여 전력망을 안정화합니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ESS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됩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이 과잉 생산되고, 바람 없는 밤에는 풍력 발전이 중단되는 등의 불균형을 ESS가 해결합니다. 남는 전기는 충전하고 부족할 때 방전하여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합니다.
ESS의 초기 도입과 향후 발전
이번에 도입되는 540메가와트(MW) 규모의 ESS는 시작에 불과하며, 이는 약 2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하지만 2038년까지는 총 23기가와트 규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설치 비용만 약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23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입니다.
중국의 선점, K-배터리의 반격은 가능한가?
문제는 이미 전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화재 위험도 낮아, 최근 에너지 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져 같은 크기에서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CATL은 한국 법인까지 세우며 본격적인 시장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대응책과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기회
한국 정부는 ESS 사업자 선정 시 ‘국내 산업 기여도’를 반영하고, 배터리와 핵심 소재의 국산 여부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삼원계 배터리에 강한 한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니켈·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뛰어난 경제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ESS 시장에서의 한국의 미래
ESS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국가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 생태계를 설계하는 중요한 결정이 될 것입니다. 또한, K-배터리 업계가 세계 무대에서 재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맞이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