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의 <答蒼厓之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화담 서경덕 선생이 길을 가다가 길에서 울고 있는 한 젊은이를 만났습니다. 선생이 왜 울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가 답했습니다.
“저는 다섯 살에 눈이 멀어 지금까지 이십년을 살아왔는데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갑자기 천지만물이 또렷하고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기뻐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길에는 갈림길도 많고 집집마다 대문은 어찌 그리 똑같은 지 도무지 집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그러자 선생이 젊은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네. 도로 자네의 눈을 감게. 그러면 다시 자네 집을 찾을 수 있을 걸세.” 선생의 말을 들은 젊은이는 도로 눈을 감고 예전처럼 길바닥을 지팡이로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자기 집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젊은이의 오래된 습관과 변화에 대한 적응의지의 결여가 기회와 축복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로 맞게 된 것입니다.
지방자치제의 시행은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을 기대했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아쉬워하는 국민이 많이 있습니다.
이유는 지방자치활동에서 나타나는 구시대적인 정치습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산확보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상이 답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대전에서는 기존의 부정적 습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할을 감당하는 지방자치활동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대전의 한 구청으로부터 사회적자본 확충을 위한 마을공동체 기초조사연구 용역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평생을 대전에서 살아왔지만 대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많고 정말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매우 많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마을공동체의 육성을 위해 지원을 하면 대전 시민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겠다고 제안했던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비공동주택관리사업 및 손자녀 돌보기 마을공동체 활동
2. 지역의 생태자원을 공동체 자원으로 보호하고 관리하는 활동을 통하여 이용가치와 누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
3,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의 위치에 있거나 활동성이 높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결성하고 활성화하는 사업
4. 공공기관 및 종교단체 등과 협력을 통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지역 활성화사업
5.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지원센터 및 소통공간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6. 미개발, 공동화지역의 활용을 통한 모델발굴 – 반려동물 놀이공원, 유기견 재활용사업 등
7.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위한 공동체 활동 – 도시 텃밭 가꾸기를 위한 녹색운동.
8. 더불어 살아가는 나눔이 있는 돌봄, 교육, 다문화 등 복지형 마을 공동체
9. 젊은 부부가 많은 지역에서 산후조리 및 공동 육아 마을 공동체
10. 이야기가 흐르는 문화마을 만들기
11. 실용적인 예능교육 및 소비생활 활성화 마을공동체의 운영 등입니다
우리 대전의 지방자치활동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일들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대전은 우리나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의 세종시와 대전 둔산동에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하고 있는 국가활동의 요지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KTX와 바둑판처럼 연결되고 있는 국가도로망의 개통으로 전국은 1일 생활권 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러한 환경은 대전만이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전역 주변 또는 대전 청사 및 세종청사에서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MICE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회의, 전시, 모임 등에 대하여 지방소외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비용 대 효율성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최적지가 대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전역 주변을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을 할 경우 구 도심권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에도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일을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시장님을 중심으로 한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하늘이 주신 축복을 걷어차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젊은이와 같이 되지 않고 변화된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는 대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경영학박사/경영지도사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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